흥미롭게 보았던 투자 케이스가 있다: 알토스가 리딩한 GFFG의 300억 규모 시리즈A
이유는 세 가지:
한국에 투자하는 VC 중 탑이라 할 수 있는 알토스가 리딩했고, 규모가 300억으로 시리즈A 중앙값(약 60억)을 크게 상회했다.
GFFG는 내가 직접 소비해본 브랜드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노티드랑 다운타우너. 식음료(F&B)에 미쳐있는 나에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최근 GFFG 재무제표가 공개되었는데, 일부 브랜드에 자본잠식이 발생했고, 최근 다운타우너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 상황을 보고 생겼던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Memo on GFFG (上)
GFFG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기 위해선 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분야는 내가 병아리이기에, Contrary Research(비상장 기업 분석)와 SMIC(상장 기업 분석)을 참고하여 작성해보고자 한다. (+ 이 주제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낭만투자파트너스의 글도 참고했다.)
thesis
과거에 음식은 끼니를 해결하고자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이루어지며, 왕/귀족들만의 것이었던 미식 문화는 널리 퍼지게 되었다. 현대로 넘어와 한국이 GDP 세계 랭킹 12위까지 올라오며,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힙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는 사람, 고급스러운 바와 음식점을 자주 다니는 사람 등 한국인은 SNS에서 나를 브랜딩하는데 음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맛집 (게시물 3018만), #맛스타그램 (게시물 4490만) 해시태그 게시물 수만 봐도 그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다. “인스타 맛집”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음식의 맛뿐 아니라 플레이팅과 분위기 또한 소비자에게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MZ 세대1는 앞으로 생산연령 인구의 60%를 차지하며, 경제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업을 “브랜드 사업”으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동사는 이러한 현대 식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로 동사를 정의하는 이준범 대표는 다운타우너, 노티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외식업계의 스타가 되었다. 2017년 창업 이후, 2022년 300억의 시리즈A 투자에 힘입어 매출 530억을 거두었다.
그러나 빠른 외형 확장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되어 영억이익이 94% 하락,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가 132억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최근 매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다운타우너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뜰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FFG가 이를 이겨내고 K-Food의 글로벌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고객경험 개선, 그리고 지속적인 브랜드 혁신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founding story
미국에서 16년간 유학 생활을 하다 한국에 돌아온 이준범 대표는 원래부터 외식업계 사람은 아니었다. 패션업계에서 영업을 하던 중, 그에 회의를 느끼고, 본인이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미국 생활의 경험을 살려 수제버거 음식점을 창업하겠다 결정한다. 이 경리단길의 오베이가 다운타우너의 전신이다.
청담동으로 옮겨온 다운타우너 (전 오베이)와 새로 시작한 디저트 가게 노티드는 긴 무명 시절을 버텨오다 SNS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극적인 성장을 이룬다. 외식업을 브랜드 업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준범 대표는 동사를 하나의 소속사로, 산하의 브랜드들을 아이돌처럼 생각하며 철저한 브랜딩으로 고속성장을 이루어왔다.
이런 접근은 다름 아닌 특별한 경험에서 온다 (경험에 대한 나의 thesis). 이준범 대표는 ‘브랜드의 전쟁’과 마찬가지인 패션업계 출신이고, 부대표와 디자인실 총괄을 겸하고 있는 이준범 대표의 아내는 인테리어를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동사의 뛰어난 브랜딩은 대표와 8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백오피스’에서 나온다.
이준범 대표는 미국의 hospitality group을 벤치마크하여,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닌, 고객 경험을 판매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product
동사는 11개의 음식점 브랜드를 운영하며,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음식 판매뿐 아니라 HMR,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확장해나가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K-Food를 널리 알리는 해외 진출 전략이 있다.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더 자세하게), 대부분 서울/경기 ‘핫플’ (강남, 성수, 청담, 한남 등)에 총 43개 지점이 위치해 있다.
다운타우너 (수제버거, 7개 지점)
노티드 (카페 및 베이커리, 22개 지점)
리틀넥 (브런치, 2개 지점)
호족반 (퓨전한식, 1개 지점)
클랩피자 (피자, 2개 지점)
웍셔너리 (캐쥬얼 미국식 중식, 1개 지점)
애니오케이션 (베이글 카페 + 씨푸드와인바, 1개 지점)
키마스시 (일식, 1개 지점)
오픈엔드 (위스키바, 2개 지점)
미뉴트 빠삐용 (츄러스 전문점, 1개 지점)
베이커리 블레어 (베이커리, 3개 지점)
로 굉장히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브랜드를 하나로 묶는 키워드가 있다면 “이국적”이라는 것.
다운타우너는 이준범 대표의 미국 경험을 살려 만든 수제버거이고, 노티드 또한 하와이의 필링도넛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리틀넥의 브런치, 클랩피자의 피자, 웍셔너리의 미국식 중식 (마치 한국판 판다 익스프레스를 보는 듯했다), 호족반의 NY뉴욕갈비, 애니오케이션의 베이글: 이는 모두 미국 음식을 구심점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이다.
최근 론칭한 미뉴트 빠삐용 (프랑스어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과 베이커리 블레어는 모두 컨셉과 매장 인테리어를 프랑스풍으로 채웠으며, 츄러스와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한다.
동사는 각 브랜드의 인기 제품을 바탕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IP를 활용하여 다양한 업체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는 오리온, 롯데제과 같은 식품업체에 한정되지 않고 관련성이 적은 소비재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굿즈 판매도 진행 중이다. 자체 굿즈도 제작/판매하는데, 특히 노티드의 스마일리를 활용한 굿즈가 가장 주요하다.
market
customer
동사의 주요 타겟층은 2030세대이지만, 노티드의 대중적인 흥행에 따라 청소년과 부모 세대 또한 고객층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쿠팡이츠에 일부 브랜드의 배달 서비스를 게시하면서 긴 오프라인 웨이팅과 SNS용 사진에 흥미가 적은 중년층에 대한 침투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퓨전한식 브랜드인 호족반을 필두로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미국의 쉐이크쉑과 같은 글로벌 확장을 꿈꾸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아주 야심찬, VC들이 목표로 삼을만한) TAM은 전 세계 외식업 시장일 것이다.
market size
한국 외식업 시장의 규모는 연간 140조원 이상이며, 글로벌로 보면 그 숫자는 6조 달러를 넘어간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는 연간 매출이 약 240억 달러로 동사의 최대 상방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국내로 한정 지어 생각해보면,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BHC 그룹의 2022년 매출이 5075억 수준이었다.
가장 큰 기업이 140조 중 1%도 먹지 못한 시장이니, 어쩌면 강력한 혁신기업이 등장하여 독점할 기회가 남아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미국 시장의 경우 ‘물 들어오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식료품 수출 업체들이 최근 들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마녀떡볶이(코트라 리포트), BBQ제네시스(전미 최대성장 브랜드 2위)와 같은 외식업체들 또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외식업에 있어 K-Food 매출의 정확한 숫자는 알기 힘들지만, 기회가 존재함은 분명해보인다.
traction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오베이’로 이준범 대표의 외식업 도전이 시작되었다. 2015년에는 브런치 카페 ‘리틀넥’을 열었고, 2016년에는 ‘오베이’를 한남동으로 옮겨오며 ‘다운타우너’로 개편했다. 버거를 먹고 후식으로 먹을 디저트 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2017년에 카페 ‘노티드’를 세웠고, 이때 여러 브랜드를 관리 / 지원하기 위해 동사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후 퓨전 한식당 ‘호족반’ (2019), 미국식 피자 ‘클랩피자’ (2020) , 캐쥬얼 중식당 ‘웍셔너리’ (2021), 위스키 바 ‘오픈엔드’ (2022), 베이클 카페 ‘애니오케이션’ (2022), 스시 브랜드 ‘키마스시’ (2022), 추로스 전문점 ‘미뉴트 빠삐용’ (2022), 베이커리 브랜드 ‘베이커리 블레어’ (2023) 까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매출은 2019년 100억을 돌파한 이후 2021년까지 매년 약 5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루어왔다. 2021년 매출 398억, 2022년 매출 529억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매출과 비교하면 매장 수는 총 43개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이는 ‘희소성’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런 성장을 기반으로 2022년 300억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했고, 브랜드 다각화와 해외 진출을 통하여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business model
동사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음식과 굿즈. 음식을 판매처별로 분류하면 오프라인 판매, 배달, 그리고 HMR로 나눌 수 있다. 오프라인 판매가 매출의 주를 이루며, 이는 43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배달의 경우 코로나로 인하여 시작하였으며, 이츠 오리지널로 쿠팡 이츠와 독점 계약이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확장과 희소성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가 작은 점포는 폐점하고 (e.g. 내가 주로 사용했던 서래마을점은 최근 사라졌다) 큰 매장만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의 하나로 잠실 롯데백화점에 350평 규모의 “노티드월드”를 오픈했다 (+ 이는 롯데가 섭외한 것으로 입점은 무료로 했다고 한다 :O). 또한, 배달로 판매하는 양도 일일 제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현재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는 코로나 이후 2019년 수준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동사는 높은 매출 성장세를 뽐내고 있다. 2019년 매출 100억을 돌파한 이후, 2021년 매출 398억원 (YoY +9X~1XX%), 2022년 매출 529억원 (YoY +32%)로 뛰어올랐다2. 이 중 매장 판매 및 배달로 인한 매출은 511억으로 매출의 97%를 차지한다.
컬리 독점 계약으로 판매하고 있는 각 브랜드의 인기메뉴 (e.g. 웍셔너리: 뱡뱡멘, 다운타우너: 시그니처 핫도그 등)와 비비고와 콜라보한 호족반 갈비만두를 판매하고 있다. 희소성과 브랜딩을 최우선시 하는 만큼 “백화점 지하 1층을 온라인으로 올려놓는”3 브랜드인 컬리와 협업한 것은 합당해보인다. 정확한 판매량은 알 수 없지만, 후기의 수로 보았을 때 상당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식음료 사업을 통해 강화한 동사의 IP는 외식업계를 넘어서 타 산업군의 회사들과 협업해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노티드의 “스마일리”는 어느 곳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기에 덴띠끄(칫솔), 신한카드, 파이렉스(유리용기), Z플립 등의 소비재와 활발하게 콜라보 중이다. 당연히, 이러한 IP를 활용하여 자체 굿즈도 판매 중이다.
HMR과 굿즈로 커머스 분야에 확장한 결과 약 11억~16억의 매출 (2022년 기준, 전체의 2%~3%)4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competition
기업 단위에서 동사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규모의 업체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견제할 대상을 찾는다면 같은 상권에 위치한, 소규모의 업체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가치”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동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는 같은 상권의 음식점들에 청신호로 보일 수 있다. 적은 수의 매장만 관리해도 되고, 희소성과 더 강력한 컨셉을 통하여 니시(niche)를 타겟하는 트렌디한 업체들이 탄생한다면 노티드, 다운타우너 등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특별한 매장들이 늘어나는 것을 경쟁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질 높은 브랜드들이 포진하며 골목 상권이 발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소비자의 관심도가 더더욱 높아져 “파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이준범 대표 인터뷰).
그런 의미에서 동사의 싸움은 타 업체와의 것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행에 민감한 F&B 산업에서 지속해서 ‘프레시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과거 전략을 파기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 GFFG 분석 (valuation, key opportunities, key risks, summary)을 이어가보고자 한다.
what I’m eating
Apple Vision Pro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단 9분짜리 영상으로 사람을 홀렸다. SW, HW, 디자인 모두 정점에 오른 자만이 제작할 수 있는 제품. 이런 진정한 “기술 혁신”을 1번이라도 해보고 죽고싶단 생각이 들었다.Talk with Yoonseok
미국에서 창업 중인 고등학교 선배와 줌 콜을 했다. 최근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는 와중, 실제로 필드에서 뛰고 있는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듣을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뜻깊었다. 시간이 된다면 인상 깊었던 대화들을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어느덧 상반기가 끝나간다. 독자 여러분도 6월 힘차게 보낼 수 있길!
MZ 세대라는 단어 정말 싫어하지만… 가장 명확해서 썼다.
재무제표에 2021년까지만 공시되어 있어 그 전 매출액은 기사 참고하여 기입
이 표현은 종현님이 쓰시는 걸 보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차용했다!
재무제표 상의 상품매출(+기타매출) 값. 이에 반하는 제품매출은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여 얻은 매출이다 (이런 산출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이나 toetothebee@gmail.com으로 알려주길 바란다).
근데 나도 개인적으로 gffg 브랜드들 가봤지만 진짜 프레시함을 유지하는거가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들더라. 적절한 비교인진 몰라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애들은 백종원이 하는 브랜드들은 뭔가 묘하게 비슷하다면서 거부하는 그런 뉘앙스가 있는 것처럼 gffg도 'gffg 스러움'이 지나치게 생겨버리면 그게 약점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