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아셨겠지만, 저는 이번 여름 샌프란을 다녀왔습니다. 가히 life changing experience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인바운드 커피챗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렇기에, 배운 점을 글로 공개하면 좋을 것 같아 남깁니다. 단, 본인이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해커라 자신할 수 있다면 링크드인으로 연락 보내주세요1. 제 간단한 소개도 첨부합니다 :)
해당 글은 제 생각일 뿐, 절대 정답이 아닙니다. 또한 투자자가 아닌, pre-PMF (product market fit) 창업가의 관점에서 다른 창업가를 위해 쓰인 글이라는 점 유념해 주세요. P.S. 이 글만 한국어로 적고, 다시 영어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Have conviction and keep building
이것이 가장 큰 배움이다. 나 자신이 성장할 것을 믿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들라는 것이 YC의 가르침이자, 창업가의 마음가짐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 “논리”나 “시장”이라는 틀에 갇혀있었다. 사실 논리는 고객과 대화하며 케이스 스터디로 생기는 거고, 시장과 BM, 해자도 찾아나가는 거다. 처음부터 모든 답이 정해져 있는 비즈니스는 없고, 직면한 상황에서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Execution eats strategy for breakfast.
책과 아티클을 읽으며 창업 이론이나 전략(e.g. 린 스타트업)을 배우는 것보다, just build something that deeply interests you가 100배 좋은 방향이다.2 개발 못 하면 배우면 된다. 이제는 정말 초딩도 Cursor로 코딩하는 시대이다.
예로 Segment ($3B exit)는 전혀 다른 제품(에듀테크)으로 시작했으나 망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이게 비즈니스가 될까?” 싶은 코드 500줄짜리 오픈소스 이벤트 라우터로 피봇했다. 단순했지만 이는 유저들이 사랑하는 제품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결국 길 (e.g. 라우터 → 데이터 웨어하우스 등)을 찾아 성공적인 비즈니스 세웠다.
Don’t think about A → Z, think about how you’re going to go from A → B fast + good (not sloppy)
1과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A → Z의 계획을 정하고 이를 차례차례 달성하며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물론, 장기적 비전이 있는 건 좋다. 그러나 pre-PMF 팀은 “나는 이 제품으로 B, C, D까지 가서, 그 이후에 E, F 해서 상장할 거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버려야 한다. 당장 A → B로 어떻게 빠르게, 잘 갈 것인지에 집중해야한다. Segment가 A → Z에만 집착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Noom, Slack도 마찬가지. A → B를 잘 해낸다면, 그 이후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C가 주어지고, D가 주어지는 것이다.
A → B로 가기 위한 행동은 2가지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제품 만들기, 그리고 하나는 유저와 대화하기이다. 제품 빠르게 잘 만들고, 고객과 밀접하게 일하며 유저 경험에 집착하는 것. 그게 pre-PMF 스타트업에서 집중해야 하는 2가지이다.
10 loving customers is all you need
10명이 제품을 정말 사랑하고, 리텐션이 높게 나온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1,000명이 제품에 관해 관심 정도만 있고, 리텐션이 안 나오면 그 제품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B2B, B2C를 막론하고, 진리이다.
생각보다 10명에게 사랑받는 (리텐션 나오는) 제품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렵다. 시드 스테이지 회사는 이거 하나에 미친 듯이 집착해야 한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 이것도 해내지 못했는데,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YC는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투자사이다. 본질에 집중하라고 계속 케어해준다. 사실 일하다 보면 바이럴이나, 매출이나, IR이나 본질에서 먼 무언가에 집중하게 될 때가 있는데, pre-PMF 팀한테 그게 독이다. YC 파트너들이 그거 제쳐두고, 본질에 집중하라고 말하는데 안 들을 사람이 있을까? 그게 YC의 힘이다.
Technical founding team is key (in tech)
테크니컬 한 사람이 못하는 일은 거의 없는 거 같다. 반면 테크니컬 하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못하는 건 너무 많다. 엔지니어링은 상대적으로 배우기도 어렵다.
코파운더들의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 YC에 와서도 LLM이나 AI 관련 지식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Weavel 팀을 보고 많이 배웠다. 평소에 최신 논문 읽고, 오픈소스 프로젝트 찾아보고, 다른 제품 써봐야 한다. 실력은 1) 만들기 어려운 피처를 금방금방 ship 하는 능력 2) 유저에게 잘 작동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능력이란 점에서 모든 SW 창업의 핵심이다.
The biggest moat is obsession and shipping velocity.그래서 훌륭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해커라면 가깝게 지내고 싶다. 뛰어난 엔지니어 / 해커를 위한 식사와 커피챗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Keep showing up: YC, a16z SR, Sequoia Arc, Neo, SPC, PearX, Techstars…
AC가 미국 진출에 정말 크게 도움 된다는 건 와서 많이 느꼈다. 그에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결국에 배치 메이트와 커뮤니티의 존재가 아마 가장 큰 거 같다. 외지에 온 만큼,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팀들과 끌어주는 선배들, 그리고 현명한 GP가 생긴다는 게 거대한 이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번 공고 올라올 때마다 지원하는 거다. 단순히 사이드 프로젝트 하는 거랑, YC 지원서 쓴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랑 뭘 더 빡세게 하겠는가? 처음엔 당연히 어렵겠지만, 계속 발전하다 보면 붙을 수도 있고, 그에 상응하는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을거다. 이 역시 나 자신이 발전할 거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만들어나가는 것의 일환이다.
Follow your energy
열정은 그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보다는 그 일을 하는 생각에서 오는 감정에 가깝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내가 에너지로 가득 차는지, 아이디어가 샘솟는지… 그게 에너지이다.
몇 개월만 일해봐도 에너지는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힘이 빠지고, 유튜브나 보고 싶고, 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지. 아니면 내가 일을 하루 종일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더 만들고 싶은 게 생기는지. 에너지가 생기지 않으면 집착하기 힘들고, 제품과 고객에 대한 집착이 없는 스타트업은 결국 망하게 된다.
Live the life you would live if you knew you wouldn’t fail. stop hedging.
에너지를 따라서 움직이고, 실패할 거란 두려움을 제쳐두고 길을 정해야 한다. 무조건 성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길을 선택하고, 정도를 꾸준히 걸으면 그 자기암시가 현실이 된다. 그게 바로 내가 몰입한 상태에서 복리를 쌓은 결과물이다.
내 가장 큰 실수는 집중력을 분산하는 습관이었던 거 같다. 내 주변에서 연구에 올인한 사람들은 탑티어 컨퍼런스 논문이나 SCI 저널 논문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내 주변에서 창업에 올인한 사람들은 YC, a16z SR 등에 투자를 받았다. 수년이 지나도, 성실하게 살아도, 아무것에도 올인하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Obsession and taste.
엄청난 집착과 완벽주의가 제품에 묻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창업가에 100% 달려있다. 강력한 취향, 의지, 그리고 액션은 직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창업가가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좋은 인풋을 꾸준히 넣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션 Sequoia 인터뷰 보면, Ivan Zhao는 정말 좋은 인풋을 꾸준히 받으며, 확신을 가지고 미친 듯이 제품을 만들었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OI 출신이라 CS에 대한 좋은 인풋은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대학생 때 디자이너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만들어주며 디자인에 대한 좋은 인풋을 많이 받았다.
그럼, 인풋 쌓기 전까지 창업을 기다려야 하는가?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그런 인풋은 창업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쌓아야만 하는 부분인 거 같다. 결국 꾸준히 좋은 인풋 받고, 꾸준히 좋은 아웃풋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그걸 믿고 하는 거다. 이건 운동처럼 창업가가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다. 회사의 성장과 창업가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AI is *really* changing the world
가만히 있었는데 비즈니스가 몇 년째 좋아지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게 현시점 LLM 중심적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24개월간 토큰 당 가격은 240배 감소하였고, 몇 달 주기로 SOTA 모델의 성능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아직 scaling law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앞으로 수년간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예정이다. 예로, 배치 회사 중 도큐먼트에서 정보 추출하는데 LLM 쓰는 팀이 여럿 있었다. gpt-4o-2024-08-06 + structured output 나오면서 10~15%의 비용 절감과 5~10%의 성능 개선을 얻었고, 아마도 o1이 나오면서 성능이 거의 100%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들은 바꾼 게 없다.
미국에선 이미 버티컬마다 AI B2B SaaS 나오고 있고, B2C도 이제 슬슬 시동을 거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은 해커들마저 LLM 사용하는 빈도나 깊이가 깊지 않은 거 같다. Tech Twitter만 잘 팔로우해도 새로운 정보를 많이 배울 수 있다. 실리콘 밸리에 없어도 정신적으로 실리콘 밸리에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미 AGI 시대에 살고 있다 (gpt-o1 IQ 120). 비관론자들은 그대로 계속 비관하면 된다. 그걸 활용하는 건 창업가들의 몫이다. 당신이라 해커라면 분명히 신날 것 같다. 앞으로 1~2년 사이에 세상이 너무 크게 변할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치는 자와 잡는 자의 차이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Seoul vs San Francisco
SF 와보니,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똑똑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기업을 세우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중 5% 정도(YC 기준)는 정말로 유니콘 기업을 세워 세상을 바꾼다. 유니콘 이상의 창업가가 너무 많아 항상 겸손하게 지낼 수 있으며, 그렇기에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쏠 수 있는 환경이다.
한국에는 해커들이 너무 없다. 원래 기질이 해커여도 결국에는 그 기질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는 잡음이 너무 많다... 한국이 잘되려면 결국 이스라엘처럼 인재를 키워내고, 그들이 세계를 무대로 위대한 기업을 세우고, 다시 인재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생산자이다. 인재들이 일찍부터 해킹하고, 쉽게 투자 받고, 세상을 무대로 도전하는게 내가 꿈꾸는 그림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석가모니가 말하기를 “사람들에게 너의 계획을 말하지 말고 결과물을 보여주라.” Back to building!
Special thanks to the Pinpoint team for reading drafts of this essay.
World Class 인풋 몇 가지:
Graham Weaver Stanford Last Lecture
Taste is Eating Silicon Valley
Also, please tell me what you’ve been building.
Brian Chesky also says this in his Stanford talk.
와닿는 글이었습니다. Execution 이 first라고 다시 다짐했고, technical ability 를 확실하게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혹시 도움이 되는 tech twitter 몇 개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경험을 토대로 인사이트 넘치는 내용들을 시간들여 작성해주시고 공유해주신점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생각이 트이고 시야가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