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쓰고 싶었던 글은 없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전역 전 장기 휴가를 나갈 수 있기에, 1년 내내 12월이 되기만을 학수고대했습니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찾아오고, 저도 사회로 나왔습니다. 되돌아보니,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배운 점, 느낀 점을 정리하며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프런티어 by 김도엽은 기술과 창업의 최전선에 대한 제 시각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최신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구독하세요! 770명의 독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억울해도 그걸 받아들이고, 취할 수 있는 건 취해야 한다.
훈련소 때 양 무릎 연골에 문제가 터져, 아직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몸이 되었고, 수도권을 기대했으나 최전방에서 복무했다.
몸을 다친 건 평생 고생스럽기는 하겠지만, 나는 그 때문에 GP 투입을 하지 않았고, 덕에 핸드폰을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GOP에서 복무하며 (정말) 많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 덕에 휴가를 모아 본격적 제설 전 사회로 나왔다.
내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시간뿐이다.
이과였지만 고등학생 때 이지영 선생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한마디: 내가 나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세상을 컨트롤할 것인가?
군 생활 중 마주친 병사 중에 (하루라도) 전력을 다해 보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 역시 365일 내내 퀄리티 아웃풋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과가 끝나면 매일 사이버 지식 정보방 (이하 사지방)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뭐라도 했다. 그 결과물이 Frontier와 Pinpoint이다.
이렇게까지 자유로운 시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기에, 이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12월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1월부터는 이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반드시 내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 커피 챗 요청하셨던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로워질 때 다시 연락드리겠다.
군 생활은 양면적이다. 끝나고 나면 무의미할 수 있으나, 그 1년 반 역시 내 인생의 일부이다.
찍턴을 시작하니, 내 인생이란 영상에 1년 4개월가량 일시 정지가 걸려있었고 이제 그걸 풀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별로 기쁘지도 않다. 다시 정상이 된 거지, (당연하게도) 전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오히려 무릎이 작살났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더군다나, 군 내 사회에서 당신이 에이스였건, 고문관이었건, 당신의 가족과 친구: 당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은 그와 무관하게 당신을 여전히 사랑할 것이다. 지인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당신의 군 생활에 별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1년은 수억 원과 맞바꿀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시간이다. 내 주변에 창업한 친구나, 슬슬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걸 체감한다. 복리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기에, 기반을 다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당장엔 작아 보여도, 장기전에서 더 명확히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남들은 몰라도, 난 내 군 생활을 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그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즐겁게 해낼 수 있고, 쉬운 일이어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별로라면 고통스럽다.
책임감 있는 사람에 끌린다. 그게 어떤 형태건…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감. 조직을 위한 책임감. 타인에 대한 책임감. 그런 깊은 책임감 가진 사람을 흔히 보기 어렵다. 나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책임감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 나가는 사람들 보면서 많이 배웠다.
‘글 쓰기 참 잘했다.’ 생각했던 순간들도 대부분 사람에서 왔다. 애초에 덕행이 덕에 substack 시작할 용기를 얻었고, 같이 글 쓰고 있는 준선이, 주현형, 덕행이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처음 뵌 분 중에 길 열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했고, 기존에 알고 지내던 뛰어난 분들도 글 보고 오랜만에 연락하셔서 follow-up 할 수 있었다. 이를 본격적으로 레버리지 할 시간이 현재이다.
Hedgehog > Fox
“the fox knows many things, but the hedgehog knows one big thing.”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fox를 내 우상이라 생각했었다. 똑똑해 보이고, 인맥이 화려하며, 트렌드를 꿰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 서면 주눅이 들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도 저렇게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처음은 알토스의 글이었고, 다음은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읽으면서 그 세계관에서 빠져나왔다.
군에서 글 쓰면 가장 크게 느낀 건, fox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hedgehog야말로 경지에 오른 사람이며, 그들이 세운 기업은 당장의 임팩트를 넘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내 hedgehog 컨셉은 무엇일까? 애초에 이걸 고민하는 것부터가 fox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생각한다. 그라함이 말한 것처럼, 안드리센이 말한 것처럼: follow your interest and execute based on it. 내 직감과 호기심을 따라 모험하자.
부딪히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자. “결국엔 모든 게 잘 된다. 잘되지 않았다면 그건 끝난 것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중간에 서 있다.”
난 성공은 그릿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틀릴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정말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아랍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때,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대학교 입시 치를 때, 100kg에서 25kg 감량했을 때, 1년이 넘는 GOP 작전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때… 고난이 닥칠 땐 눈앞이 깜깜했지만, 결국엔 털어내고 이뤄냈다.
특히 창업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기에,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일 투성이가 될 거다. 솔직히 내가 대단한 고난을 겪고 살아온 것도 절대 아니라 생각하고. 부딪히고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서 도전을 피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 망하는 건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가 핫도그 테스트(하루 생활비 $1로 살아남기)로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설을 테스트한 것처럼, 난 1년간 척박한 GOP에서 테스트를 본 것 같다. 사업하다 망해도 과외를 하건, 외주를 뛰건, 뭐라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돈을 모아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게 때에 따라서 더 큰 기회로 돌아오기도 한다.
분산 투자로 재테크는 할 수 있지만, 집은 마련 못 한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월등히 잘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
알트만의 말을 빌리자면: “Concentrate your resources on a small number of high-conviction bets; this is easy to say but evidently hard to do. You can delete more stuff than you think.”
나는 다양한 분야에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선택과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다양하게 일을 벌여보고 있다. 실제로 학기가 시작되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질 때 중요한 것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가 내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주식을 함에 있어서도 이를 명심하고, high conviction bet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해 두었다.
20대 안에 반드시 미국으로 가서,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지만, 큰 꿈이 있고, 맥시멈 임팩트를 꿈꾼다면,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안드리센은 작은 물고기가 될지언정 반드시 큰 물로 가라고 말했다. 창업의 세계에서 미국은 태평양이고, 한국은 그에 비해 로컬하며 인구수가 쇠락하고 있다.
유학을 통해서든지, 창업할 때 건너가 미국 법인을 세우는 방법이 되었든지, 20대 안에 미국으로 가겠다.
젊을 때 많은 돈을 벌어, 돈 이상의 가치를 좇는 삶을 꿈꾼다.
내 스타일상, 돈을 수백억 벌기 전까지는 더 많은 돈을 좇을 것 같다.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내 성향이 그러하다.
왜?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 그러나, 이마저도 돈을 쏟아부으면 문제의 난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대표적으로 건강이 그러하다. 신기술이 적용된 수술과 약을 받고, 회복을 위해 24시간 함께하는 영양사, 담당의, 운동 코치를 고용한다면 불치병이 아닌 이상 많이 좋아질 거다.
엄청난 사치를 부리지 않는 한, 수백억은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한다. 즉, 돈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턴 상상을 현실로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 수천억~조의 펀딩이 필요한 moonshot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도 있고, 자기만족을 위해 취미에 몇천을 소비할 수도 있다. 아마 그 둘을 동시에 하면 제일 재미있지 않을까?
이제부터가 진짜 내 인생이다: 치열하게 살자. 성과로 시장에서 내 가치를 증명하자. 책임감과 탁월함을 두루 갖춘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독자분들의 2023년은 어떠셨나요? 연말을 즐기며, 한 해를 건강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핀포인트 팀원들과 쓰는 리포트로 송년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24년에는 10x의 임팩트를 낼 수 있길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 약속의 땅에서 언젠가 만나뵙길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