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Series: 사람에 대한 고민 (1)
내가 창업할거라고 하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 있어?” 없다고 하면, 살짝은 실망한 인상을 풍기면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 사실 나는 요즘 아이디어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많이 하는 고민이 있는데, 그건 “누구와 창업할 것인가? 누구가 첫번째 직원이 될 것인가?”이다.
CEO는 나중에 3R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HR, PR, IR. 그중에서 기업의 탄생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분야는 바로 HR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와 일할 것인지, 그리고 누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게 중요하다. 특히 early stage에, 1명이 N명치 분량의 일을 해야할 때 사람 한 명 한 명이 더더욱 중요하다.
왜 사람이 중요한가: 내 경험들
Seed stage 스타트업에 짧게나마 다니면서 위 이야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사내에는 프로젝트가 2개 진행 중이었는데 각 프로젝트 당 PM이 1명씩 있었다. 한 프로젝트는 beta만 거치고 접었고, 한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traction을 얻어 앱스토어 카테고리 1위를 몇개월만에 달성했다. 허나, 인원 수와 시간은 실패한 프로젝트에 더 많이 투입되었다.
프로젝트가 관리되는 방법은 PM에 따라 편차가 컸다. 성공한 프로젝트는 간단한 시장조사 이후 2주만에 프로토타입을 출시하여 소비자들과 소통하였다. 반면, 실패한 프로젝트에서는 하나의 작업 단위가 너무 컸고, 한 가설을 테스트 하는데 몇 개월씩 걸렸다. 물론 두 PM 모두 회사에 헌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프로젝트의 운명이 엇갈렸다.
이후 Happetite라는 프로젝트 팀을 창립하고 직접 people management를 하면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것을 뼈에 새길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왔고, 어떤 사람들은 온 힘을 쏟아 일했다. 초창기 멤버들과 기획 단계 이후에 뽑은 팀원들의 생각은 부딪혔다. 사람끼리 상성이 맞지 않아 탈퇴한 경우도 있었다. 리더의 입장에서 ‘어떻게 모두를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했다. 마찬가지로 다음 팀원은 어떤 기준으로 뽑을지 계속 생각했다. (Happetite를 하며 배운 것들에 대해서는 추후 뉴스레터에서 전격적으로 조명해볼 생각이다.)
자본도, 기술도, 환경도 대기업에 비해 딸리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는 똘똘 뭉친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의 속도가 빠르다”는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조직력 있게 일할 때 생기는 특별한 결과물이지, 당연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며,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할 때 나를 되돌아보고, 피드백을 구하는 과정도 못지않게 필요하다. 360 Degree-Feedback (상사 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피드백 받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 같다. (아래 영상에서 mention 됨)
많이들 하는 검사도 나름 흥미로운 것 같다.
MBTI: ENTJ
E, N은 치우쳐져 있고, T, J는 상대적으로 덜 치우쳐져 있다.
Fingerprint for Success
Strengths: Initiation (187), Use (173), Group Environment (167)
Blindspots: Depth (-84), Systems (-44), Future (-42)
그동안 내가 느낀 내 자신은
실행력이 뛰어나다.
원하는게 있으면 무엇이 되었든지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 고등학교 때 DEFCON, 대학교 때 Happetite, 프리딕션 입사, AI 대회 등.
나무보단 숲을 본다.
숲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큰 틀에서 사고하는 것을 즐긴다. 물론 세부적인 것을 하라고 지시받았을 때는 잘 들여다볼 자신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디테일을 신경쓰는 작업을 즐기지는 않는 것 같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연구와 창업의 길 중에서 창업 쪽으로 기운 이유 #1. 마음맞는 사람끼리 몰입해서 일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함께해서 불편한 점들도 있겠지만, 시너지 효과와 행복은 커진다고 믿는다.
원리 탐구보단 써먹기.
연구와 창업의 길 중에서 창업 쪽으로 기운 이유 #2. 학교 수업을 들을 때도 느끼지만 나는 지식을 받아들이고 바로 써먹는 것에는 learning curve가 가파르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지식의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나 재능이 없다.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기본 요건이랑 세부 요건이 있는 것 같다. 기본 요건은 “창업에 뛰어들고 싶다면 갖추어야 하는 것들”이라면, 세부 요건은 “나랑 잘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가깝다.
Steep learning curve
Flexible thinker
Grit to push through and get results
세부 요건
함께 일할 때 즐거운 사람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엔지니어링 사고에 익숙한 사람 (문제 해결에 사고의 초점이 가있는 사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사람 (정돈된 방식으로 일하지 않았을 때도 잘 함께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세부 요건은 차차 더 정립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일단 “초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을 구할 것인가?
사실 제일 어려운 파트라고 생각한다. 뾰족한 solution은 없다. 애초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컨트롤 할 수는 없다. 물론, 전략들은 존재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mindset 중 하나인데,
“한 번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X%라면, 그걸 N회 반복시행하다 보면 1-((100-X)/100)^N의 확률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해서 안된다면 끝까지 반복하면 된다. 이 때 반복시행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혜안이 강화될 것이고, 인맥의 인맥을 통하여 더 많은 인재풀에 tap-in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첫걸음인 것 같다. 남들에게 유의미한 insight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똑똑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총명하지 않은 사람과 일하고 싶어하는 경우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A+ 급의 사람들을 원한다면, 어찌보면 CEO는 그 이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걸 어떻게 키울 것인지는 각자의 숙제이다. Sam Altman은 그에 대해서 좋은 원칙들을 제시하는데, 여러 번 꼽십어볼만한 글이다 (https://blog.samaltman.com/how-to-be-successful).
사람 복리를 얻는 것. 이 뉴스레터를 작성함도 사람 복리를 얻기 위함인데, 더더더 발전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사람에 대한 고민 (1)은 내 생각 위주로 전개해보았는데, 다음 시리즈에서는 다른 기업가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살펴볼 생각이다.
Well organized thought. You always spare much more time than others about Who am I & What do I want to do. That is the starting point what makes you special. You are spe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