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니까 시간도 잘 가고 좋다. 2번이 잘 되어서 직접 product 만들고 launch 하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든다. 각설하고, 저번 Frontier Freestyle에서 언급했던 해피타이트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내 대학생활 로망은 친한 친구들이랑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특별한 걸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Garage에서 시작한 위대한 기업들처럼, 대단한 걸 만들겠단 생각보단 그냥 땡기는거 만들자고 생각했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모를 때 맨땅에 헤딩했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잘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보면 아마추어가 하는 실수란 실수는 다 저지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 느낀 것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cf) 해피타이트는 방학 위주로 서울대 학내에서 팀원을 모집중입니다 (공고는 에타에).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mapsee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셔서 미리 커피챗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해피타이트에서 뭘 만들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맵시: 지도로 기록하는 일상
4월 출시 예정. 업데이트는 맵시 인스타에서 받아볼 수 있다 (instagram). 2022년 초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피플라이트: 내가 행복해지는 모험
2020년 가을에 출시했었다. 다운로드는 현재는 플레이스토어에서만 가능하다 (play store). 후속작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엎어졌다 (전역하고 군필멤버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reboot 할수도?)
자, 이제 이야기를 시작한다.
😷코로나 학번
고3 겨울이었다. 합격 통지서가 돌고, 기숙사에서 퇴소하고, 오래간 머물던 횡성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방학 때 공부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 아직은 낯설었다.
지난 4년간 공부랑 연애한만큼 대학에선 핑크빛의 삶을 살고 싶었기에 방학 동안은 살을 열심히 뺐다. 벚꽃은 여자친구와 보겠다는 망상과 함께 개강을 기다렸다.
그러나 세상은 야속했다. 100년에 1번 돈다는 역병이 내가 입학하는 년도에 터질줄이야... 코로나를 피해 집에서 칩거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격리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할거없이 지내다보니 무료했고, 그 감정은 곧 우울로 번졌다. 당시엔 명확한 목표도 없었고 사람 만나는 건 최대한 피했다. 소속감이 없는 것도 한몫했다. 대학생이긴 했지만,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학교에 갈 일도 없었다.
내가 감정이 이렇게까지 불안정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느 날은 깨어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웠고 어느 날은 이유없이 신났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 땐 대학에 붙기만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행복은 뭘까? 사람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행복이란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정의는 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무작정 찾기 시작했다. 여러 자료 속을 헤엄치던 중 인상적인 강의를 찾았다. 바로 Coursera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예일대의 “The Science of Wellbeing”이였다.
강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닌, 지나가는 하나의 감정이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으로 이를 높일 수 있다.
돈이나 물질, 연애 같이 우리가 흔히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믿는 것들은 사실 행복도와 큰 연관성이 없다.
오히려 단순한 행동들(감사한 표시하기, 순간을 음미하기, 주변사람들과 연락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충분히 수면하기 등)이 행복도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준다.
강의 내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순히 몇개의 과업을 실행하는 것 만으로도 훨씬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ReWi라는 어플도 제공되었는데, 행복 과업들을 to-do 리스트로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ReWi를 깔고 바로 행복해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처참히 실패했다. 앱에 몇번 정도는 접속하긴 했지만 꾸준히 지속하기 어려웠다. 매일 10시간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건 누가 모르겠냐만, 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였다.
🎮Gamification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고민하던 중에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중간고사의 가장 큰 적은 바로 핸드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학기부턴 공부를 좀 제대로 해야겠단 마음에 핸드폰을 적게 쓸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던중 Forest라는 어플에 마주쳤다.
앱스토어 생산성 앱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어플은 핸드폰을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유저의 정원에 나무를 심어주고 반대로 사용한다면 나무는 변사체가 된다. 유저들은 이 일종의 미니게임을 위해서 폰을 사용하지 않고, 정원을 가꿔나간다.
이런 방식의 problem solving이 게임화였다. “행복 과업도 게임화를 통해서 유저들에게 ‘재미’라는 편익을 제공해준다면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드래곤볼 모으기
내가 당시에 느끼던 문제의식은 “따뜻한 tech”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지만 과연 그게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긴 했는지 의문이었다. 인간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시선을 가진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다. 나도 기술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아이디어는 내 머릿속을 몇개월간 멤돌았다. 나도 모르게 같이 이 게임을 만들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이 섹션은 크게 영양가가 있진 않은데 내가 워낙에 좋아하는 썰이라 추가해보았다)
개발자를 만나다
여름방학 때 친구 만들려고 작곡동아리에 들어갔다. 설렘 가득 작곡 스터디에 참석했는데 친목 0%, 작곡 배우기 100%였다 (서로 자기소개도 안했다). 그렇게 한달동안 스터디가 진행되었고, 이대로 방학이 끝날 것 같았다.
운좋게도 OB 선배가 방문해 음악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전자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전자음악광이다). 이 사람한테 말을 안걸면 친구 사귀기는 물 건너갈것 같단 직감이 들었다. 한 번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혹시 아까 전자음악 좋아한다고 하신…?”
“아… 네… 맞아요. 혹시 몇 학번이세요?”너무 어색해서 평생 안 잊을 것 같은 그때의 대화
그는 내 과동기였다. 음악취향도 비슷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그렇게 친해졌고 여름방학 때 심심풀이로 같이 나간 AI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때 그와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어 첫 멤버로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포지션은 개발자. 문제는 우리 둘 다 개발에 대해 아는게 1도 없었다는 것.
기획자를 만나다
2학기 때 창업의 이해 수업을 수강했다. 4인1조로 이러저런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는데, 같은 조에 나랑 잘 맞는 친구가 있었다. 팀플 할때마다 죽이 잘 맞아서 같이 뭘 하던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영입을 결정했다. 포지션은 기획자.
디자이너를 만나다
창업의 이해 수업 마지막 날에는 다같이 회식을 했다. 처음으로 다른 조 사람들을 만났다. 이전부터 이 게임을 만들려면 디자이너가 필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회식 자리에 수업을 같이 들은 디자인과 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아주 강렬했는데, 맥주잔에 소주 원샷 때리는 분위기에서 12시까지 낼 과제가 있다고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았을 때 혹시 프로젝트 같은 거 하면 같이 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처음 본 사이였는데도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렇게 우린 디자이너가 생겼다.
그렇게 4명의 코로나 학번 새내기들이 모였다. 그게 해피타이트의 시작이었다.
🤕맨땅에 헤딩하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굉장히 vague했다. 행복 과업을 게임에 넣어서 꾸준한 참여를 유도한다는 핵심 틀 외에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어떤 소비자층에게 어필할 것인지는 함께 정해가기로 했다. 우리의 실력도 ?였다. 개발 모르는 개발자, 기획 해본 적 없는 기획자, 거기다가 우리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그래도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실행했다.
모든 회의는 다수결로 진행되었고, 한달간에 걸친 토론의 결과는 스토리형 게임에 행복 과업을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것이었다. 결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Forest 같은 단순한 거보단 제대로된 게임 만들는게 더 재밌어보여서 (fun)
스토리가 흡입력 있으면 엔딩을 보기 위해서 끝까지 할 것 같아서 (higher retention)
결정이 내려진 이후, 기획자는 스토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디자인이 시작되었다. 디자이너의 친구가 합류해서 우리는 총 5명이 되었다. 나랑 개발자는 React Native 공부를 시작했다. 왜 게임인데 RN을 선택했냐면
당시엔 게임 스케일이 크지 않을거라 생각
행복 과업 관련 부분 (e.g. 일기 작성) 개발하기엔 Unity 보단 RN이 더 편해서
RN은 나중에 게임 외에 다른 서비스 만들 때도 써먹을 수 있으니까
cf) 그때 알게된 게, 게임은 디자인 할게 너무 많다는 것… 지금 Gen AI와 game art creation 이야기가 나오는건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Synopsys: 유저는 기억을 잃은채 비행선에서 깨어난다. 모든 자원이 풍족한 캘리퍼스에 도달하기 위해서 율리아, 기장과 함께 힘을 합친다. 캘리퍼스의 좌표는 행복 과업을 완료해야 얻어진다. 비행선을 안을 탐방하면서 자기 자신, 캘리퍼스, 율리아에 대한 비밀을 조금씩 파헤치게 된다.
Game Play: 텍스트 기반 RPG 플레이로, 배경의 캐릭터/물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토리를 해금해나간다. 매일 행복과업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하루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양을 한정지었다.
Hypothesis: 게임화를 하면 유저 retention이 기존 todo list 같은 어플들보다 높아져 효과적으로 마음챙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어려움은 그 설계에부터 있었다. 본질적으로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인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은 엔터테인먼트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다. 행복과업과 스토리를 밸런싱하는 것의 기준을 잡기 어려웠다. 또한 유저가 꾸준히 플레이할만큼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가 재밌는지 알 수 없었다. 일반적인 제품과 다르게 게임은 (그중에서도 특히 스토리 게임은) pre-launch에서 성공을 점치는것이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디어가 먹힐지 확인해보고자 일주일간 플레이 할 수 있는 간소화된 버전을 론칭하기로 했다.
원래는 1학기 중에 출시하려고 했으나… 다들 처음해보는 것들 투성이라, 온갖 튜토리얼을 다보고, 헤매고 하면서 조금씩 늦춰져 9월에 출시되었다. Happy Flight는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갔고, 우리는 난생 처음 제품 론칭을 경험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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