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22] what i read this week (nov 2th w): GPTs, Homo Deus, Elon Musk, Stock Investing, Travel: Yanolja, Creatrip, UX & Pinpoint: We're Recruiting!
11월 2주차의 생각들.
길고 길던 2023년,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남은 일과일이 (놀랍게도!) 한 달 아래까지 내려왔습니다. 무언가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뭘 하든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그럼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2월엔 바깥세상에서 만나요!
Frontier by 김도엽은 기술과 창업의 최전선에 대한 제 시각을 공유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최신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시려면 구독하세요! 715명의 독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GPTs
11월의 가장 큰 buzzword: “GPTs”
간단한 감상은:
OpenAI는 타 LLM 플레이어들과 격차를 벌리는 모습이다.
SA 발표 하나에 많은 프로덕트가 곤란에 처했다.
제품이라기엔 기능에 불과한 GPT wrapper들은 사라질 것
이는 GPT-4 발표에서와 유사한 맥락. 기반 없는 AI 제품들은 잊혀질 것
예) Custom GPT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은 Character.AI에 큰 챌린지
한 가지 task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GPTs 多 등장
이런 GPTs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prompting 데이터 crowdsource
이 데이터를 활용해 GPTs를 제작하는 상위의 agent 학습시킬 가능성 높다
장기적으로 단순한 prompting으로도 특화된 작업 할 수 있는 제품 나올 것! (getting closer to AGI)
GPT store 구축하며 OpenAI 생태계에 개발자 결속하려는 움직임 가속화
아직 유료 구독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제 $20 내고 사용할 시점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AGI에 가까워지고 있다 느낀다. “내 쓸모는 어디에…?”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빨리 전선에 뛰어들어야지…
Homo Deus
매주 책 1권 읽겠다는 다짐을 한 후 읽은 첫 책은 유발 하리리의 호모 데우스이다.
사피엔스의 역사로 시작해, 인간이라는 종을 해체한 후,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그려내는 내러티브가 인상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하리리는 21세기의 인본주의 사회 (사람을 1순위로 두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
하리리의 관점에서는 내 종교가 기술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롭게 하자’라는 생각에 기반해 기업을 세우고자 하는 창업자와 이를 펀딩하는 VC야 말로, 기술인본주의의 신봉자이다.
나는 이 생각에 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진정으로,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그게 내가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하리리는 내 관념을 하나하나 해체해 버렸다. 그가 우려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경제적, 군사적 쓸모를 잃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적-정치적 시스템은 그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것
시스템은 인간에게서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발견할 테지만, 개인으로서 가치는 발견하지 못할 것
시스템은 일부 특별한 개인들에게서 가치를 발견할 테지만, 그런 개인들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엘리트 집단일 것이다.
첫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AI와 기계의 발전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잉여 인간이 된 사회가 다가온다는 이야기. 현재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21세기 내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고, 무인 드론이 조종사를 대체하고, 자율주행 차가 택시 기사를 대체하는 사회는 이미 와있고 더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AI와 인간은 같이 일하며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아름다운 플롯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기업은 이익을 올리는 집단이다: AI의 도움으로 개발자가 덜 필요하다면 CEO는 행복하게 해고 통지서를 작성할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생물학에 기반한 것이다. 인간도 일종의 유기체 알고리즘이다. 우리가 유전자와 경험에 의해 프로그램 된 대로 행동하는, input—output의 집합이라면 자유의지는 허상에 불과하다. 이는 AI의 등장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인간 의사 결정의 알고리즘을 AI로 최적화 한다면, 우리는 AI에 우리의 결정을 다수 위임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인스타, 유튜브, 아마존 등을 사용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의 영역 (헬스케어)까지 확대되고 있다. AI가 결정의 대부분을 대신 내려줄 수 있다면 우리에게 자유 의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인간이 선과 악을 규정한다는, 인간의 자아를 신성시하는 인본주의의 본질이 흔들린다.
이렇듯 우리가 AI에 신탁을 지속하다 보면, 언젠간 주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하리리의 우려이다. 온라인에 더해 생체 센서까지 발전하다 보면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연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21세기의 기술이 인간의 권한을 박탈하고 비인간 알고리즘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인상적인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박하기 어렵다는 점이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내가 앞으로 만들 AI 서비스들이 “인간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인가? AI가 인간의 결정을 돕는 것과 인간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은, 의학/생물학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결국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쓰일 것이란 이야기. 대표적 예시는 성형수술이다. 유전자 기술도 마찬가지가 되지 않을까? 이로써 엘리트와 일반인으로 사회가 양분된다면, 기존의 자유주의 사상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섬뜩한 이야기들이다. 기술인본주의를 철석같이 믿던 내 입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운 내용투성이다. 앞으로 계속 고민해 보아야만 하는 질문들… 그럼에도 꼭 읽을 필요가 있었던 책이라 생각한다. 기술의 Frontier에 서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그에 대한 고민과 책임도 그 선구자의 몫이 될 것이다.
Elon Musk
두 번째 책은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이다.
종현님 리뷰 보고 꼭 직접 읽어보아야겠다 생각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읽고 인상적이었던 점:
장기적 목표 (hedgehog concept)를 위해 인생을 설계
본질적으로 머스크는 인본주의의 강력한 지지자. 주변인들에게는 혹독할지 몰라도, 거시적 시각에서는 인류를 정말 사랑한다.
인류를 보존하고자 화성 식민화의 목표를 세웠고, 현재 그의 회사들은 (트위터는 약간의 예외지만) 그 목표를 위해 설계된 하나의 팀
AI 회사를 세운 이유도, 마이크로소프트 (OpenAI)와 구글 (Deepmind, Google Brain)의 쌍두마차가 AI safety를 고려하지 않아, AI에 의한 세계 점령이 이루어질 것을 대비해 제3기업을 세우고자 한 것.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 미친 집중력
서지 (surge)라는, 일종의 스프린트를 진행하며 10배 이상의 시간 단축 혹 비용 단축을 지시
그 기간 동안 광인에 가까운 집중력을 보이며, 때론 실패했지만 때론 말도 안 되는 성과를 거둠 (e.g. 공매도 판치던 시절 생산량 ramp up)
현장에서 일하며, 물리학에 기반해 접근
엔지니어들을 생산 공장 옆에 밀착시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까지 최고 효율로 작동시킴. 본인도 공장에 매주 (때론 24시간) 출근.
물리학을 제외한 모든 원칙은 가짜라는 가정 하 질문을 던지며 모순과 비효율을 덜어냄.
리스크를 사랑하다
SPACEX는 NASA, 보잉 등의 전통적 기업의 방식을 택하지 않음. 문제가 생기더라도, 머스크 판단 하 론칭을 강행하는 경우 多
위기 의식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 그는 평온한 상태를 참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장대한 일을 벌임.
엔지니어보다 엔지니어를 잘 뽑는 CEO (인재 채용)
CEO가 CTO도 맡아도 되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CEO가 개발자 / 엔지니어 직접 채용하기 위해 면접 보는 경우는?
엔지니어링의 본질을 알고, 직원들의 사고 회로 (신경망)의 퀄리티를 파악하는 압도적 실력. 단, 헝그리함을 잊거나 항거하는 경우 얄짤없이 해고
본인만의 명확한 스트레스 해소법: 게임, 특히 전략 게임
폴리토피아, 문명, 엘든링 등의 게임을 골고루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전략에 대한 날을 세움
폴리토피아는 계속 등장하길래 직접 설치해 플레이하고 있다. 턴이 총 30개 밖에 없어서 각 분기점의 행동이 중요하단 부분이 강조되었다.
읽으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인류 역사에 한 획 그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구나… 그럼에도 위대한 일 하는데 필요한 본질은 상수라는 것을 느꼈다: 집중력, 장기적 목표 (hedgehog concept)와 그를 위한 리스크 감수, 그리고 인재 채용과 인맥.
거기에 더해 엔지니어로 training 받는 것의 강점과 관계 유지의 중요성 (PayPal 시절의 피터 틸과 친분을 유지함으로 테슬라 망할뻔했을 때 라운드 돌 수 있었다), 어릴 적 경험이 성인기에 어떻게 깊은 영향을 주는지도 상기할 수 있었다.
내 Hedgehog Concept는 무엇일까? Homo Deus에 이어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더더욱 중요한 건, 다음 분기점엔 어떤 Quest를 선택해야 할지? 인생을 게임으로 바라보면, 승리 조건과 그를 위한 당장의 퀘스트가 비어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Pinpoint로 여러 기업 공부하며 내 취향을 키우는 작업 (단순한 관심보단, 지적 실사라도 해야지 뭐라도 아니까)이 중요하다 생각된다.
Stock Investing
최근 해외 주식을 시작했다. 단순한 원칙에 기반해 매수를 하고자 했다.
낮아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다.
여러 팩터에 의해 떨어진 주가에서 거래
(e.g. 잘못된 가격정책 제시 후 철회,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물론, 수치적 분석 없이 매수했기에 이가 절대적으로 할인한 가격인지 알 수 없음. 적정 주가를 책정하는 방법은 차차 알아갈 것.
상승할 수밖에 없는 섹터의 1위 기업을 매입한다.
AI, MR, 뷰티, 엔터 등 장기적 상승 여력이 강한 섹터에서 1위 기업을 거래
분할 매수를 진행한다.
한 번에 보유한 종목은 5개 정도로 정한다.
예적금 60~50% : 주식 40~50%로 균형을 추구한다.
더욱더 어려운 건 매도 타이밍이라 느낀다. 당장에 투자한 종목들은 장기적 관점을 바라보고 매입했기에, 매도의 유혹이 다가와도 big leap 오기 전까지는 참아볼 생각이다.
기업에 대한 재무적인 이해를 위해서 3번째 책도 읽고 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주린이 입장에서는 어려운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Travel
Yanolja
2016년 야놀자 이수진 대표와 나눈 날 것의 인터뷰. 최근 읽은 아티클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시 좌절감에 빠졌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원망투성이였어요. 뭐든지 안 되니까… 좋은 음식 먹으며 좋은 옷 입으며 갖고 싶은 거 가진 것도 아니고… 진짜 아끼며 살았는데, 주식으로 홀라당 날리고 샐러드 가게의 부푼 꿈도 날아가고… 그러니까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갔어요. 세상을 원망한 거죠. 부모님이 왜 날 버렸을까, 내 인생은 왜 뭘 해도 안 될까… 그런 절망이 굉장히 컸던 시기에요. 너무 힘들어서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했죠. 그렇다고 사람이 죽을 수는 없고… 그때 다시 도면 그리는 일로 갈까, 모텔 갈까… (중략)
제가 민망해서 이야기를 아끼기는 하지만… 야놀자는 벌써 5년 정도 전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단체에 조금씩 기부하며 사회 기여로 쓰고 있어요.
남들은 제가 어렵게 자란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는데, 전 제가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엇나가지 않도록 항상 친척들이 도와줬고, 또 학교든 일이든 공부할 수 있도록 챙겨준 분들도 있었고… 회사에서는 제가 정말 강하게 밀고 나가는데도 다 수긍해 준 동료들이 있었죠. 그러니까 그냥 저는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거고, 당연히 돌려 드려야겠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야놀자를 키워낸 이수진 대표의 마인드는 남다르며, 개인적으로 아름답다 느꼈다. 나는 비교하면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운이 좋지 않다고 한탄하며 지내지 않았던가. 반성하게 되는 대목. 기업의 사회 환원 면에서도 멋진 사례라 생각한다.
회원 수가 20만 명이었는데도, 모텔들이 영세하니 돈이 되기는 힘들었죠. 그래서 전공 살려서 몇 년 만에 금형 설계를 했어요. 모텔에서 고객들 니즈가 핸드폰 들고 다니는데 충전기가 없다는 거였어요. 이거 해가지고 객실 10만 개만 팔아도 얼마냐…
해외선 에어비앤비 이야기하며 생존하기 위해 뭐든지 했다고 하지만 이수진 대표는 레벨이 다르다. 이런 마인드로 사업해야지 빛을 발할 때까지 버틸 수 있구나…
(퇴사한 개발자가) 경쟁사에 우리가 가진 모든 걸 팔았어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개발자가 나간 게 핵심이 아니라 우리가 6개월 동안 플랫폼 만든 게 보름 만에 경쟁사로 넘어간 거예요. 그보다 더 문제는 개발자가 옮긴 회사에서 우리 상표권을 등록한 거예요. 그때 ‘모텔투어’의 약자 ‘모투’를 쓰고 있었는데, 그 상표명을 가져갔어요.
저만 주먹질하다가 벽을 때려서 손에 깁스까지 했죠(…).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들고 상표도 잃고… 그래서 야놀자가 생겼죠. 그때는 정말 저보고 다 망한다고 했어요. 2년 정도 고생하면서 인지도를 쌓은 모투를… 인수 전까지 4년의 역사를 가진 상표를 빼앗겼으니까요.
(경쟁사와) 지금은 저희와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어요. 어차피 저와 싸웠던 대표는 나갔고, 창업 때부터 저와 그 대표를 조율하려고 했던 공동 대표님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야기를 잘 풀어 주셨어요.
야놀자는 야놀자가 아닌, 모투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수년을 고생해 이제야 궤도에 오르려고 할 때 닥친 위기, 하지만 멋지게 이겨냈다. What doesn’t kill you only makes you stronger + 원망할 만도 한데, 대단한 포용력 보여주는 이수진 대표의 리더십엔 뭔가 있다.
10억으로도 서울 안에는 힘들고 의정부로에서 모텔을 개발해 리모델링을 했어요. 오토바이에 나이트룸, 스파룸, 샤워룸 등등… 테마는 제가 지금껏 봤던 모든 모텔 중 가장 혁신적인 걸 만들었어요 (중략: 예상만큼 잘되지 않았음). 거기서 깨달음을 얻었던 게… 겉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중요한 건 운영 시스템이었어요. 그래서 고객 경험 자체를 젊게 가지고 갔어요. 이게 진짜 혁신이었던 거죠.
이를테면 모텔 가면 양복에 슬리퍼 신은 분이 뛰어다니며 “사장님,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잖아요. 냉장고 열면 물이랑 싸구려 주스 들어 있고… 그런데 복장을 캐주얼하게 가져가고 “고객님, 행복하세요”라고 인사했어요. 영화 볼 때 필요한 팝콘을 구비하고, 겨울철 손님을 위해 쌍화차와 호빵을, 아침에 허전한 분을 위해 컵라면도 준비했어요.
인터뷰어: 별 차이 없는데요… (말한 대로, 정말 날 것의 인터뷰다)
그게 경험의 차이예요. 실제로 겪어보면 다르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보통 모텔 오면 쪼르르 방에 들어가기 바쁘잖아요. 그런데 여유 있게 팝콘도 튀겨서 방에 가져가고, 스파도 즐기고. 어찌 보면 호텔보다도 더 ‘숙박’이 아닌 ‘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게 한 거죠.
숙박업의 본질은 소비자 경험이다. 이수진 대표가 모텔업에 수십 년간 종사하며, doing things that don’t scale 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 고객들에게 다른 경험 줄 수 있었던 것. 이수진 대표 이야기가 YC에서 소개하기 딱 맞는다고 느꼈다. 최근 스타트업 창업가 중 이보다 더 do things that don’t scale 한 사람이 있을까?
같이 일하던 친구가 아이폰을 가져와서 두꺼운 책을 두고 연구하는 걸 봤어요. 뭐냐고 물었더니, 이게 인터넷도 되고 어플 깔고 하면 별게 다 된다고… 이런 걸 누가 갖고 다니냐 하니, 사장님은 나이 먹어서 모른다고… 속으로 열 받았는데, 6개월 지나니까 진짜 사원 중 30%가 갖고 다니는 거예요. 개발자들한테 일 안 하고 공부해도 좋으니 이거 당장 익히라 했지요. 일단은 외주로 내놓을 테니.
일단 2000만 원 주고 모텔 정보만 볼 수 있게 했어요. 당시는 국산 모바일 어플이 얼마 없어서 구동도 잘 안되는데도, 엄청 다운 받더라고요. 그래서 더 힘을 쏟게 됐죠. 사실 모바일 이전에는 PC에서 어느 모텔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출력해 갔는데, 이제는 모바일로 바로 확인이 되니까…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될 거라고 봤어요.
이수진 대표는 platform shift에서 기회를 봤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다음 세대의 창업가들에게 platform shift는 MR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사례 볼 때마다 이에 올라타야겠단 (개인적) 강박을 느끼고 있다.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숙박업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옛날 디자인과 운영 방식을 일신한 숙박시설 현대화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텔에 왔을 때 죄짓는 느낌 없이 안락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요약하면 세 가지에요. 인식 변화, 시설 현대화, 운영 매뉴얼화.
좋은 숙박이 무엇인지 사용자 리서치 해보니 사생활 걱정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몰카 적발 기계를 도입해서 안심존을 만들었어요. 또 모텔에 있는 세면도구가 좀 비급이잖아요. 그래서 아예 마이키트라는 비품을 저희가 개발해서 넣었어요. 저희가 직접 관리하는 마이룸의 경우 청소 전문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입주 청소처럼 분기마다 대청소도 해요.
인터뷰어: 듣다 보니 되게 단순한 것 같기도(…)
맞아요.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만드는 게 좋은 숙박이니까요. 그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행복하고 설레고 편안한 게 우리의 목표이자 나아갈 길이지요.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하며 만들어 온 그만의 hedgehog concept: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하나하나 만드는 게 좋은 숙박이다. 마음 편하게, 행복하게 설레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야놀자 이야기 읽으며 큰 인상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수진 대표의 이야기엔 감동이 있다.
어차피 한국 사회가 경쟁 치열하고 모방한 모델 금방 생기는 건 누구나 아는 거고,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모텔업에서 거의 16년 일해 온 저, 그리고 11년간 더 나은 숙박을 위해 노력한 그 경험 자산을 쉽게 따라올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돈을 많이 부어도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그 공간을 즐기는 분들의 니즈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본질에 충실할 생각이고요.
11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이라는 걸 믿었고 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100이라는 것을 만들면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100을 만들고 보니 겨우 10을 채웠음을 깨달았어요. 사람은 마음도 머리도 환경도 성장을 하게 마련이니까요. 이제 90을 더 채우기 위해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채움의 정도는 저에게 사명감이라는 책임이나 숙명인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숙박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세계 속 대한민국의 숙박문화로 잘 성장시켜 보겠습니다. 앞으로 야놀자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멋지다. 그는 2016년 말한 것을 2023년까지 멋지게 이루었고, 이제 다음 스탭을 바라보고 있다. 과연 10조 이상의 밸류로 나스닥에 입성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 가지고 있는 시장 중 하나는 inbound 관광 시장이다. 한국의 생존을 위해 미래 먹거리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도 하고, 외국 생활과 여행을 즐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사람들, 문화와 공간에 머무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특별한 경험을 소개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큰 기회가 있다. 특히 한국 컨텐츠 (K-POP, K-DRAMA)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현재, 그 잠재력을 터뜨릴 기회가 오고 있다.
먼저 그동안 인터파크에서 취급해 온 콘서트, 공연, 전시 등 경쟁력 있는 K-콘텐츠 상품을 K-패키지로 진화시키고 각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세분화된 상품들을 기획한다. 외국인 여행객이 한국을 여행할 때 흥미를 갖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또 인터파크트리플이 보유하고 있는 여행 중심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해 개인 비서처럼 원활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인터파크트리플의 상품과 서비스는 앞으로 야놀자클라우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로 유통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야놀자클라우드의 경우 현재 200여개국에서 PMS, 채널매니저 등 숙박산업의 주요 솔루션 기술을 유통 중이다. 앞으로는 숙박을 넘어 항공, 교통, 레저‧액티비티, 엔터테인먼트, 주거, 오피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전 세계 여행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유통 채널을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 감소에 따라 야놀자의 향후 성장 동력은 인바운드 여행객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내국인 대상의 국내 숙박업이란 본질에서 확장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인데, 기대를 품고 지켜보고 있다.
Creatrip
그렇다면, 처음부터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 관광 관련 제품을 파는 회사는 없을까? 업계 1위가 크리에이트립이다. 코로나19라는 거대 위기를 이겨내고, 110억 투자받으며 확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알토스에서 투자받기도 했다). 어떻게 생존했냐고? 단순 관광과 관련 컨텐츠에서 커머스까지 확장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길!
EO: 매달 170만 외국인에게 진짜 한국을 소개하는 스타트업 (코로나19 전)
EO: 창업가의 야망, 실패, 자기검열, 돈에 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코로나19 후, 투자금 110억 확보)
재미있어 보여 앱을 직접 다운받아 사용해 보았는데, 아쉬웠던 점은 대기업에 비해 미숙한 UX, 그리고 개성이 부족한 컨텐츠였다.
나도 컨텐츠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네추럴하고 재미있는 컨텐츠가 부족하단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 빈 공간을 직접 타겟해보면 어떨까? 야놀자도 모텔 리뷰 플랫폼으로 시작했고, 자체 제작 컨텐츠 (데이트 코스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바 있다.
결국 파이를 키우려면, 1)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 가지고 2) 한국에 오고 싶단 생각 들게 하고 3) 와서 좋은 경험 하고 4) 재방문 혹은 추천을 해야 한다.
1)의 역할은 대형 컨텐츠가 아주 잘하고 있으나, 2)는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컨텐츠 즐기며 관심 가지는 것과 여행을 결심해 티켓 끊는 건 다른 이야기니). 3)도 아주 부족하다: 한국은 킬러 여행 컨텐츠 (e.g.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등)가 부족하거니와,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세계적 여행지에 비해 즐길 거리의 quality와 quantity가 떨어진다. 과연 이 space에서 어떤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UX
위에서 UX 이야기를 간략하게 했는데 이에 대해 더 강렬하게 느낀 최근 경험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최근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일이 있었다. 여러 플랫폼: 공홈, 크림, 무신사,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OK몰 등을 사용해 보았는데, 미묘한 차이지만 UX와 눈에 보이는 부분이 소비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높고, 가품에 대한 위험성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이미지나 UX가 깔끔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신뢰도가 낮아졌다. 또한 과거 가품 때문에 문제가 생겼던 이력이 있다면, 구매가 꺼려졌다. “정품 아닐 시 300% 환불”과 같은 문구도 마찬가지였다. 공홈에서 살 때는 저런 문구를 볼 필요가 (당연히) 없다. 저 자체가 정품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듯했다.
깔끔한 UX와 합리적 가격, 그리고 대기업 산하에 있다는 사실에 크림에 자연스레 손이 갔다. 결제 과정도 만족스러웠고, 해 플랫폼에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어떤 시장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주는 무드, 작은 문구와 배치 하나하나에서 오는 느낌이 중요하단 사실을 잊지 않고 디자인에 임해야겠다. 돌아 돌아 결론은 이거다: know what game you’re playing.
We’re Recruiting
핀포인트 리서치는 무럭무럭 크고 있다. 내가 쓴 리벨리온, 준선이의 한국신용데이터, 주현형의 APR, 그리고 덕행이의 Alphasense까지 각 멤버가 1회씩 업로드를 마친 상태이다. 구독자의 수는 업로드마다 50명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곧 500명!), 포스트 당 조회수는 1000회를 왔다 갔다 한다.
최근에 업로드한 Alphasense에 대해 알아가면서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은, AI로 리서치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였다. 지금까지는 man-power 기반의 전통적 리서치만 해왔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툴 (Alphasense 같이 비싼 건 제외하고)을 접목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workflow에 대한 확립과 업로드 주기의 개선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이와 연결해서, 업로드 주기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뉴스레터보다는 블로그 형식이 알맞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블로그로 남기기엔 reach가 떨어지기에, 현재의 뉴스레터에 더해 SEO optimized 블로그를 제작해 본 기지로 만들 생각이다. Contrary Research의 플레이북과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가 다룬 비상장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접하는 첫 텍스트 자료가 Pinpoint 리포트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있다. 가면 갈수록 viral 잘되는 bite-size 정보는 많아지지만, 깊이 있는 리포트는 찾기 어려워진다고 느낀다. 우리의 본질은 후자에 있기에, 읽는데 20~30분은 거뜬히 걸리는 자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가치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아시아의 The Generalist로 만드는 건 보류 중이다. 단순히 영어 번역 후 업로드 하는 정도는 계획 중이나, 팀원들과 나 모두 앞으로 2~3년은 “실행”에 집중해야 할 때임에 공감하였다. AI+MR wave는 이제 막 시작인데, 그 위에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게 창업가로서 더 중요한 task라는 뜻이다.
기업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건 그룹 내에서 교환되는 생각들이다. 비슷한 나이대, 높은 성취욕과 brainpower 가진 팀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우리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각자의 substack을 읽어보길 (준선’s substack, 덕행’s upwind, 주현형은 아직 준비 중)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에서 함께 글을 쓸 필진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함께 아래를 이룰 팀원을 찾는다:
미래를 바라보는 예리한 눈을 가진 빌더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관심 기업과 산업을 리서치하며 인사이트를 키우고, 의식적으로 취향을 기릅니다.
선발 기준은 다음과 같다.
기존 멤버들이 보지 못하는 surprising insight를 제공하는 사람
혹 기존 멤버들이 알지 못하는 산업 섹터에 대해 deep expertise가 있는 사람
선발 절차는 다음과 같다. 기한은 타이트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소개 페이지 전송
합격 시 원하는 비상장 기업에 대해 분석 글 작성 (합류 시 글을 수정 후 업로드)
합격 시 커피챗 진행
합격 시 핀포인트 합류
→ 자세한 내용과 각 팀원에 대한 소개는 ※ 링크 참고 ※
핀포인트에서 함께하고 싶다면? 여기로 자기소개 페이지를 보내주세요. 주변에 fit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23년이 끝날 때까지: 눔 (Noom), 야놀자 (Yanolja), 스토리 프로토콜 (Story Protocol), 그리고 에이블리 (Ably)에 대해 리포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재밌게 읽어주시길…!
프런티어 by 김도엽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